날이 갑자기 차가워질 때, 괜히 커피보다는 따뜻한 ‘무언가’가 생각나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메뉴가 바로 팥죽과 쌍화탕. 종로 쪽에서나 볼 법한 옛날 카페 분위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편인데, 율동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알고 반가운 마음에 들렀다. 이름부터 정겨운 옛날에금잔디 카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요즘 카페에서는 쉽게 느끼기 힘든 공기가 먼저 맞는다. 흙벽, 나무 기둥, 한지 조명, 그리고 한쪽에 자리한 화덕 난로까지. 공간 자체가 ‘천천히 있으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아이가 마루에 앉아 몸을 기울이고,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도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카페라기보다는 오래된 찻집, 혹은 누군가의 옛집에 초대받은 기분에 가깝다.

이날 내가 고른 건 팥죽. 이 집 팥죽은 요즘 디저트처럼 달고 부드러운 스타일이 아니라, 정말 ‘옛날 팥죽’에 가깝다. 팥 알갱이가 살아 있고, 묵직한 질감이 숟가락에 그대로 느껴진다. 달기보다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라 추운 날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해진다. 과하지 않은 단맛 덕분에 어른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함께 간 친구는 쌍화탕을 주문했다. 투박한 도자기 잔에 담겨 나오는데, 김이 오르는 모습부터 벌써 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계란 노른자가 동동 떠 있고, 잣과 대추, 은은한 한약재 향이 어우러진다. 쌍화탕 특유의 쌉싸름함보다는 부드럽고 달큰한 쪽에 가까워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다 보면, 추위로 웅크렸던 속이 차분하게 풀린다.

이곳의 매력은 메뉴 자체보다도, 그 메뉴를 둘러싼 시간의 속도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난로 불을 바라보며 마시는 쌍화탕 한 잔. 아이가 마루에서 장난치고, 어른들이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는 장면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풍경처럼 남는다. 일부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율동에서 이런 ‘옛날의 온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꽤나 반갑다.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자주 생각날 것 같은 곳. 커피가 당기지 않는 날, 조용히 몸을 데우고 싶을 때, 율동 옛날에금잔디 카페는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듯.
<옛날에금잔디 카페>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로175번길 7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연락처: 031-704-6363

오늘도 당신의 취향에 기분 좋은 영감이 되었기를,
Q의 기록이었습니다.
* 본 글은 직접 방문 후 작성한 개인 리뷰입니다.
위 정보는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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