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에서 가장 조용하게 입소문 나는 전시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이 전시일 것 같다.
포토그래퍼 김영준과 일본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협업 전시 <Face to face>.
패션과 사진, 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요시다 유니’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설명이 끝난다.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뒤집는 비주얼 아티스트.
그리고 배우와 셀러브리티의 얼굴 안쪽 감정을 누구보다 깊게 끌어내는 김영준 포토그래퍼.
이 두 사람이 만났는데, 결과물이 평범할 리가 없다.
📍 김영준 × 요시다 유니 <Face to face>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이간수문전시장
위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인근 이간수문전시장
전시 기간: 2026년 5월 7일 ~ 6월 7일
주차여부: DDP 주차 가능
아이동반여부: 가능 (조용한 관람 추천)
추천 포인트: 배우 62인의 대형 포트레이트, 꽃을 활용한 아트워크, 사진+설치+영상 결합 전시
전시장 입구부터 분위기가 꽤 묘하다.
새하얀 벽 위에 적힌 “Face to face”라는 문장.
그리고 꽃이 매달린 긴 설치물이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오브제가 바로 ‘꽃’이라는 걸 입장과 동시에 알려준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 배우 62명이 참여한 대형 협업 프로젝트다.
이동욱, 고현정, 박해수, 정채연 같은 익숙한 얼굴부터 일본 배우들까지.
단순히 유명인을 찍은 초상 사진 전시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다.
여기서는 배우들이 ‘연예인’이라기보다 하나의 감정처럼 존재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꽃을 사용하는 방식.
보통 꽃은 아름다움이나 장식을 위한 소재로 쓰이기 쉽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꽃이 감정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얼굴 위를 꽃으로 가리고,
누군가는 시든 줄기를 손에 쥐고 있고,
또 누군가는 꽃을 무기처럼 들고 있다.
같은 꽃인데도 사진마다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읽힌다.
화려한데 쓸쓸하고,
우아한데 어딘가 불안하다.




그래서 전시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의 표정보다도 눈빛 주변의 공기, 손끝, 꽃의 방향 같은 걸 계속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박해수 작품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검은 배경 속에서 길게 뻗은 꽃 줄기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인데,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있다.
과장된 포즈는 아닌데 이상하게 시선이 오래 붙잡힌다.

고현정 작품 역시 정말 강렬했다.
꽃 반지로 얼굴을 감싼 컷은 거의 패션 화보와 현대미술의 중간 어디쯤 같았다.
요시다 유니 특유의 비현실적인 균형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업 중 하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전시장 중간에는 영상 작업도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
정적인 사진만 이어지는 구성이 아니라 호흡이 한 번씩 환기된다.
조도가 낮아지는 공간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꽤 달라지는데,
그 흐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연출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전시가 지나치게 설명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전시는 텍스트가 너무 많아 작품보다 설명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는 오히려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래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패션 화보를 좋아하는 사람,
인물 촬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배우 얼굴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분위기와 내면을 이미지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에 가까웠다.
DDP 특유의 차가운 건축 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화이트 월과 검은 배경, 꽃이라는 유기적인 소재가 서로 충돌하면서 전시장 전체 분위기를 완성한다.

주말 데이트 코스로 가도 좋고,
혼자 조용히 보기에도 꽤 괜찮은 전시.
특히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조명과 구도, 색 사용 방식만 봐도 얻어가는 게 많을 것이다.

화려한 셀러브리티 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차분하고 밀도 높은 전시였다.
‘얼굴’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꽃이라는 상징과 결합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
DDP 근처 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전시장을 나오고 나면 이상하게 사람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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